자청은 왜 악인론을 추천했나?
베스트셀러 「역행자」의 자청이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책이다. 하루 14알의 정신과 약을 먹고, 방은 오래된 음식들로 역한 냄새를 풍기기 일쑤인 30대 청년이 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사뭇 궁금했지만 솔직히 구매를 결심할 정도로 마음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밀리의 서재 구독을 통해 이 책을 선택하고 단 이틀 만에 정말 몰입해서 완독 하게 되었고, 손수현이라는 작가의 치열한 삶의 자세와 그의 주장,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에 감탄하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렇다 할 스펙 하나 갖추지 못한 그가, 아니 오히려 심각한 정신적 핸디캡을 안고 있었던 그가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했던 2년간의 노력과 입사 후에 정식 상담사가 되기 위해 전력질주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의 독보적인 자기 계발서로 결실을 맺고 있다.
악인이란 누구인가
이 책에서 정의하는 악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사세요. 나는 내 인생을 살테니'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사람.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더라도 비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
결국 '닥치고 성공'을 이루어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
우리가 생각하던 일반적인 '악인'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누구보다 더 독립적이고 당당하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사람이 바로 악인이다. 그렇다면 악인으로서의 삶이 선물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사람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고 느끼며 당신을 존경할 추종자들이 생길 삶.
당신에게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조차 당신의 '성공' 경험을 염탐하며 입 다물게 만들 삶.
당신에게 상처를 주며 떠나간 사람들이 결국은 다시 당신을 찾게 될 삶.
소수에겐 '재수 없는 인간'으로, 다수에겐 '파격적인 인간'으로 기억될 삶.
악인으로서의 삶이 장차 이런 선물을 안겨준다고 하면 기꺼이 악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실천이 관건이다. 그동안 읽어온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엔 한결같이 밑줄과 여러 색의 형광펜이 화려하게 칠해져 있다. 일부는 필사를 통해 중요 부분을 남겨놓은 책도 있다. 그러나 정작 실천으로 이어진 책은 한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고, 그마저도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어느 순간 일상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기를 반복해 왔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많은 내용 중 우선 분노일기 작성과 치사한 독서법은 꼭 실천해서 내 생활의 변화를 꾀할 결심을 해본다.
첫 번째 스텝: 분노일기를 쓰자! 단, 대상은 오로지 '나' 자신이어야 한다!
작가는 감사일기를 쓰며 자신을 합리화했던 삶에 이별을 고하고 대신 분노일기를 쓰기로 선택한다. 타인이나 환경에 대한 분노가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루를 마감할 때 매일 분노일기를 쓰는 행동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간다. 분노일기를 쓰는 실천방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작은 노트나 노트북에 '분노일기' 폴더를 만들어라. 길게 적을 것 없이 하루에 딱 다섯 문장만 써라.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지나면 의욕이 끝없이 불타오르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다. (중략)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살을 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성공에 다가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에게 분노하기가 핵심인 것 같다. 자신의 게으름과 부족한 능력을 합리화하는 대신 적나라하게 분노일기에 적어가는 행동만으로도 변화하려는 의욕이 불타오를지 꼭 경험해 보리라.
과거의 나는 억지로 마음을 먹으면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음만 먹어서는 의식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을 억지로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절실히 깨달았다. '마음먹기' 역시 결국은 몸의 의도적인 움직임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달라지기로 결심했으면 몸이 기억할 때까지 목표 행동을 철저하게 실천하여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레 포기하지 말 것, 그리고 완벽을 꿈꾸지 말 것! 포레스트 검프의 우직함을 밀고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획기적인 변화한 삶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두 번째 스텝: 간섭자를 숙청하라!
악인이 시작은 자신의 성공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이다. 그래야만 뇌는 최적화된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중략) 안 그래도 바쁜 인생에 쓸모없는 스트레스를 주는 '간섭자'들을 숙청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분노일기 작성 다음에 해야 할 악인이 두 번째 스텝이다.
작가는 인간의 앞길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부모'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판단과 소신을 방해하는요소가 있다면 그것이 설령 부모일지라도 날려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숙청' 혹은 '부모를 날려버린다'라는 표현은 자칫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거부감을 들게 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을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용인하지 말고 모두 완전하게 제거하라는 의미의 극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드는 죄책감은 '논리적인 합리화'로, '좋은 사람 콤플렉스'는 '당신을 믿었는데'라는 맞대응으로, 그리고 가스라이팅은 역가스라이팅으로 대응하며 악인으로서의 삶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숙청하라고 조언한다. 그의 조언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성공을 진심으로 희망하는 악인이라면 가차 없이 간섭자를 숙청함으로써 외부의 장애물을 없애고 오로지 내면에 충실해야만 한다. 누구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깊이 빠져있는 내게 주는 시사점이 많은 부분이다.
성공 방법을 찾아라!
여전히 경쟁은 존재하지만 과거에 비해 평범한 사람도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 최적화된 현대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세울 것을 당부한다.
첫 번째 원칙, 시도로 하기 전에 포기하는 '겁먹은 선인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인식하라.
두 번째 원칙, 세상은 극도로 효율화 되어서 1등이 아니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은 인지하라.
세 번째 원칙, 말도 안 되는 수퍼맨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며 좌절하는 것을 멀리하라.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희망과 용기를 주는 원칙들이다. 겁먹지 말고 시도할 것, 출발선에서 비교 대상을 떠올리며 좌절하지 말 것! 일단 이 두 가지 원칙만 생각하고 지키려고 노력하자. '실패해도 도전한다'는 악인의 깡을 장착하고 작은 성공이 큰 성공으로 이어질 날을 꿈꾸며 나아갈 것이다.
악인의 무기와 추종자
타인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말하기 능력(메타 스피킹), 광범위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글쓰기 능력(관통하는 글쓰기), 사람의 심리를 알고 그들에게 우위를 점하는 능력(사회적 지능), 시간을 지배할 '압도적 생산성'과 인생의 효율을 더욱 극대화할 '펜트하우스 시야'가 악인이 갖춰야 할 무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 말하기와 글쓰기, 사회적 지능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은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심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능력과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매우 섬세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인식하며 말하기 방법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를 표현하고 뽐내기 위한 말하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듣는 사람에게 중심을 두는 말하기가 강조되고 있다. 풍부한 입력을 바탕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글을 쓴 후 적어도 하루 정도의 휴일을 가지면서 객관적인 시선에서 자신의 글을 바라보고, 퇴고를 통해 철저하게 고쳐나가는 것이 관통하는 글쓰기다. 좋은 글을 머릿속에 입력하기 위해 밑줄 그으며 읽기(책의 핵심 지혜를 담은 구절, 경탄을 자아내는 문장에 밑줄 긋기), 밑줄 그은 문장 수집하기, 일주일에 한 번씩 복습하기의 방법을 권하고 있다. 사회적 지능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그에 맞춰 적절하게 행동하는 능력으로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접할 때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타인의 반응을 많이 경험하라는 충고도 덧붙인다. 진정한 악인은 늘 정해진 자원을 갖고 최대한의 생산성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압도적 생산성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주장이다. 의미 부여의 힘을 활용하여 일상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치사한 독서법으로 획득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24시간 아이디어 저장법으로 순간순간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아이디어를 나만의 공간에 저장해 두면 나중에 큰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작가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삶의 방식으로 추구하는 워라밸을 성공의 가장 큰 적으로 명시하고, 워라밸이라는 환상에 취해 극한의 하드워킹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과 매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한계선을 높여가는 사람의 역량은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 미친 듯이 일하라고 말한다. 마지막 무기는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의 전환, 바로 펜트하우스 시야를 가지는 것이며 단기적 보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상황을 조망하고 전략을 짜는 행위가 바로 악인의 성공 방식임을 주장한다.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무기를 장착한 악인은 성공의 완성을 위해서는 무모한 도전가, 철저한 설계자, 윗집의 관찰자, 충성의 안정주의자로 분류되는 추종자를 곁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나의 비전에 공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장점을 귀띔하고, 사기가 꺾여도 긍정적으로 뚫고 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무모한 도전가. 두 번째는 꿈을 구체적인 실체로 프로그래밍하는 극한의 계획형 인간인 철저한 설계자. 세 번째는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주는 윗집의 관찰자. 마지막은 주어진 과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충성의 안정주의자다. 악인으로서의 성공이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화된 형태로 확장해 가려면 다양한 추종자의 존재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숨에 읽어내린 손수현의 「악인론」은 그동안 읽어온 자기 계발서들보다 훨씬 임팩트가 크다. 14가지 정신과 약을 먹는 자신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묻는 지점에선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와 같은 성과를 꿈꿀 자신은 1도 없다. 게으르고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패배감에 함몰된 채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뒤로하고 소박한 실천을 통해 오늘의 삶을 50%, 아니 30%라도 변화시키는데 악인론의 방식이 도움이 될 거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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