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젊은이의 진솔하고 알멩이 꽉찬 에세이
올해로 33살이 된 조민은 또래 젊은이들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원하던 의사가 되었지만, 10여년 이상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향하는 부정적인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았고, 자신이 가야할 새로운 길을 찾아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정치색을 떠나서 인생의 3분의 1이 넘는 시간을 무위로 돌려야만 했던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고, 감당하기 힘든 그 시절을 어떤 마음으로 견디고 이겨냈는지 궁금했다.
"근거 없이 밝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이는 저의 최대 장점으로,
지금도 언제나 해맑게 계속해서
조민 그 자체로 인생이라는 바다를 헤엄쳐 건너가려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세상 속으로, 저의 방식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자질 중의 하나가 긍정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조민에게는 극강의 밝음이라는 값진 재산이 내재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인플루언서로서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오늘도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사랑받는 것, 대우받는 것이 과연 나에게도 행복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왜냐면 그것들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 내가 존중하고 싶은 사람을 대우해주는 것은
내 의지로 가능한 일이다.
내 인생은 내가 좌우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호의에 기대어 나의 행복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정말 불안정한 삶이 아닐까.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사랑받고 대우받기보다는 사랑하고 대우해주는 주도적인 삶의 자세를 장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직까지는 이 사회의 어른들의 그늘 아래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적응하며 수동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년들과는 사뭇 다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의 의지로 만들어가는 인생을 표방하고 있기에 오늘 그녀의 새로운 삶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포기가 빨랐다.
'아니다' 싶으면 절대 억지로 하거나 무리해서 끌고 가지 않았다.
포기 역시 나의 선택이었다.
안 하고 싶은 건 의사 표현이 확실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일, 내 마음이 닿지 않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미련 없이 포기하고 마음이 닿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조민의 결단력은 어린 시절에도 뚜렷했던 것 같다. 바이올린이 배우기 싫어서 현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고 아버지에게 고장 나서 못하겠다고 시치미를 떼니 여섯 살의 조민 모습이 상상되어 잠깐 미소지었다. 드럼 비트에 사로 잡혀 중학교 3학년 말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계속 드럼을 연주하고 동아리 활동을 지속했다고 한다. 바이올린, 피아노, 플루트를 오래 배우지 못했지만 그 시간들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뭐 든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준 부모의 자유로운 양육 방식에 힘 입은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결단이 그녀의 삶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에서 사람들의 평가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시선을 내 인생의 판단기준으로 삼아버리면,
그 순간부터 내 삶은 남의 것이 된다.
외적인 요소에 내 내면이 휘둘리게 둘 수는 없다.
나는 나의 깊은 내면에서 정말 내려놓을 만한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에 대한 항소를 포기할 지 생각할 때 조민이 고민하던 순간에 했던 생각이다. 지난 10여년의 삶을 내려놓아야 하는 갈림길에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1순위로 놓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다양한 조언들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진정한 개체로서의 자신을 보여주고 알리는 삶을 선택하기로 결정했기에 항소를 포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나 자신을 더 드러내려고 할 때 나로 살 수 있고,
있는 그대로 떳떳하게 살 수 있다.
나만의 무언가를 구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짜 모습'으로 살아야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로 산다면, 과연 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조민이 재판에 나갈 때 그녀가 들었던 정가 70만원짜리 가방을 두고 말이 많았을 때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구입한 물건이었기에 떳떳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에코백이나 싸구려 가방을 들고 나갔다면 가식을 떤다며 험한 말을 쏟아냈을 사람들이 분명 많았을 것이기에 그녀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기를 선택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잔뜩 주눅이 들어서 그 가방을 옷장 한 구석에 쳐박아 두었을 것 같다. 어느 순간에도 진짜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그녀의 용기가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상식적으로 살고자 한다.
기소가 된다면 재판을 받는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진다.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성찰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바르게, 더 열심히 살자.
그러면 된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취소 소송을 취하하고 의사 면허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조민은 2023년 뒤늦게 검찰에 의해 기소가 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학력과 경력을 취소한 것으로도 모자라 결국에는 피고자가 되어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살고자 한다는 그녀의 다짐은 흡사 도를 깨친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식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상식대로 살기를 다짐하는 그녀가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어떻게 더 반성하고, 이보다 더 어떻게 바르게 살 수 있을까...
나오며...
과장 없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글을 읽으며 짠한 마음도 들었지만 대부분은 편안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새로운 삶을 즐기며 오늘도 발랄하게 살아가는 조민을 응원한다. 얼마 전 들려온 그녀의 결혼 소식도 더 없이 반갑다. 이제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더 당당하고 야무지게 살아가며 지난 아픈 시간들은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내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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