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정혜윤)아무튼, 메모 - 메모로 변화되고 확장되는 삶

by beactive71 2023. 2. 3.
반응형
 
아무튼, 메모(큰글자도서)(리더스원)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되묻는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덧붙인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아무튼, 메모』는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라고 믿는 한 메모주의자의 기록으로, 비메모주의자가 메모주의자가 되고, 꿈이 현실로 부화하고, 쓴 대로 살 게 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장 안에서 더 용감해진 이야기이다.
저자
정혜윤
출판
위고
출판일
2022.04.15

(정혜윤) 아무튼, 메모 - 메모 새로 보기

책을 고르면서 단순하게 메모 작성 방법에 대한 글이려니 생각했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서너 가지 유용한 메모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제 생각과는 달리 이 책은 작가가 오랜 시간 메모를 해오면서 개인적인 메모에서 타인을 위한 메모로 방향을 확대해 가고, 메모 안에서 자신이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일상에서 기억해야 할 일들을 휴대전화 속 일정 어플 안에 간단히 기록하는 것이 메모의 전부였지만, 작가는 메모하는 삶의 일상화를 통해 일과 꿈이라는 소중한 삶의 두 영역을 기록하고 돌아보는 필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메모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메모로 변화하고 확장되는 삶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밤에 한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나의 메모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읽고 기억하고 쓰는 삶! 요즘 제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동안 책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칙적인 독서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50이 넘은 지금에 와서야 몰입 독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단순히 읽기에 그치는 독서의 무용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애써 시간 들여 읽은 책의 내용들은 비효율적인 독서방식과 나날이 쇠퇴하는 기억력 때문에 거의 다 휘발되어 버리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한 권을 읽더라도 꼼꼼히 필사하고, 나만의 리뷰를 남겨보자 다짐하면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아직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글이고, 한 번 포스팅을 하기 위해 며칠이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블로그는 저의 소중한 '메모장'이 될 것 같습니다. 읽고, 기억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생활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 가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메모했던 수많은 노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 메모들로 인해 현재의 자신이 되었음을, 또한 그 메모들이 그의 무의식과 행동에 스며들어 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메모를 통해 다양한 지식, 경험, 가치관이나 삶의 철학 등은 지면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서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순간순간 나의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메모의 강력한 힘에 놀랐고, 오늘부터라도 메모의 일상화를 위해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메모장이 꿈의 공간이면 좋겠다. 그 안에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있다면 더 좋다. 꿈의 공간으로서의 메모장이라니 정말 놀라운 발상입니다. 꿈과 미래를 그리며 메모를 지속해 나갈 때 우리의 꿈은 실현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메모장에 실현시키려는 행위 자체로 이미 근본적인 삶의 의미 하나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헛된 공상으로 끝날지언정 나만의 꿈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구체적으로 변화시켜가는 여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겁니다. 꿈을 가져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라도 제가 원하는 노년의 삶을 위해 작은 꿈이라도 꾸어볼 생각입니다.

 

 

길을 잃으면 메모장을 펼쳐보겠다. 메모를 하는 우리 마음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조약돌을 뿌리는 헨젤과 그레텔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달빛에 비친 조약돌은 우리를 가야할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길을 잃으면 우린 외부에서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주변 사람들이 내 사정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고, 작은 도움을 건네주길 늘 바라왔지만 헛된 바람이었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일시적인 도움이나 위로는 타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지만 결국 길 잃은 내게 새로운 길을 찾게 해 줄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뿐이라는 사실을 이젠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설령 단 한 걸음을 내딛다 다시 길을 잃을지언정 온전히 나의 힘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 꼼꼼하게 메모를 해볼 작정입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스스로 멈추기 때문이다. 스스로 뭔가를 붙잡아서 곁에 두기 때문이다. 읽기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고 공감하게 되지만 거기서 그칠 경우 독서는 한계에 부딪치는 것 같습니다. 저의 독서를 뒤돌아보면 그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입니다. 읽은 것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고 나의 생각을 기술할 수 있을 때 읽기는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늘 기억하고, 앞으로는 멈추어 생각할 시간을 가능하면 자주, 그리고 많이 저 자신에게 선물할 생각입니다.

 
 

 

 
반응형

댓글